호주 캔버라 출산 후기
출산을 앞두고 가장 크게 고민했던 건, 한국에서 출산할지 호주에서 출산할지였다. 호주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컷다. 처음엔 익숙하고 언어 장벽이 없는 한국에서 출산하는 것이 더 안전해 보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주지가 호주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남편의 가족들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고, 결국 호주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호주의 임신·출산 시스템 비교
🇰🇷 한국
임신확인과 관리가 산부인과에서 이루어짐.
산부인과 전문의(OB-GYN)가 임신 전 과정을 담당
초음파, 혈액검사 등 병원 내에서 대부분 자체 진행
조산사 시스템이 일반적이지는 않음
고위험군 관리 등이 병원·의사에 따라 편차가 있음
정부에서 지원되는 출산 지원금으로 대부분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음
🇦🇺 호주
임신 초기는 GP(일반의)가 담당
이후부터는 **midwife team(조산사 팀)**이 메인 케어 (나의 경우 14주부터)
초음파 및 검사는 GP가 Radiology / Pathology 센터로 의뢰서 제공 → 외부 기관에서 진행
Radiology: 초음파, CT, MRI 등
Pathology: 혈액, 소변, 조직 검사
전문의(OB)는 고위험군 또는 문제가 있을 때만 개입
모든 것이 team-based care
Medicare가 대부분의 비용을 커버
임신 관련 부모교육, 임신성 당뇨 등 고위험군을 위한 집중 케어, 출산 전후 골반저 물리치료까지—임신과 출산 전 과정을 아우르는 부서 간 연계와 전체론적 팔로업 시스템
한국이 의료기기와 기술력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호주는 사람 중심의 케어 시스템과 여러 부서가 서로 밀고 끌어주는 촘촘한 상호보완적 체계가 돋보였다.
2. 🏥 North Canberra Hospital에서의 출산
나는 집과 가까운 **North Canberra Hospital(구 Calvary Public Hospital)**에서 출산했다. 공공병원이어서 Medicare로 모든 비용이 커버되었고, 주변 지인들의 만족도가 높아 선택하게 되었다.
이 병원에서 내가 실제로 도움을 받은 부서들은 다음과 같다.
Midwife Team(조산사 팀)
OB(산부인과 전문의)
Gestational Diabetes Team(임신성 당뇨 전문팀)
출산실(Labour & Delivery Unit)
Pelvic Floor & Postnatal Physiotherapy (골반저·산후 물리치료)
각 부서가 필요한 시점마다 자연스럽게 연계되면서, 임신·출산 전반을 전체론적으로 케어해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3. 👩🏻⚕️ Midwife System 조산사
중기부터 출산 직전까지 midwife 팀이 모든 케어를 책임진다.
임신 주차별 체크리스트 관리
태아 성장 체크
산모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담
필요 시 초음파·혈액검사 의뢰
출산 준비 교육
예방접종, 검사 일정 관리
한국처럼 한 명의 조산사가 임신 전체를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매 방문 때마다 근무 중인 다른 midwife가 팔로업을 맡는 구조라 처음에는 정보가 섞이거나 혼선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임신 전반의 정보를 기록하는 ‘Pregnancy Booklet’(임신 케어 기록책)**이 있어서, 모든 midwife가 이 책을 기준으로 동일한 내용을 공유하고 바로 기록해준다. 그래서 검진마다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나의 경우 매번 다른 조산사를 만났고 출산까지 10명의 다른 조산사들을 만났지만 덕분에 매번 담당 midwife가 달라져도 정보 누락이나 혼선 없이 일관된 케어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병원 온라인 시스템에도 최신 정보가 즉시 업데이트되는데, My DHR 앱을 통해 주차별 검진 예약 일정과 내가 받은 검진 결과와 after visit summary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초음파와 혈액 등 검사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편리했다.
출산 후 첫 주에는 Midcall 조산사 팀이 세 번 집으로 방문해주었고, 둘째 주에도 한 번 더 방문이 있었다.
이후에는 지역 기반 조산사 (MACH 서비스)가 첫 번째 가정 방문을 위해 찾아왔다. 아기의 성장‑발달 체크뿐만 아니라 나의 정서적·신체적 회복 상태도 함께 평가해 주었다.
한국과 다르게 출산 직후 산모와 신생아를 케어해주는 조리원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했는데
출산 후 초기에 집에서도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든든했다.
4. 🩸Gestational Diabetes 임신성 당뇨 관리팀
다음으로는 임신성 당뇨(GDM)가 확정된 후 만나게 된 임당 관리 부서이다. 한국에서는 병원마다 시스템 차이가 크고, 임신성 당뇨 관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다소 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North Canberra Hospital에서는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임당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고, 덕분에 매우 일관되고 촘촘한 관리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받았던 케어는 다음과 같다:
Diabetes Team의 주 2회 피드백
혈당 모니터링 체크 및 결과 분석
인슐린 용량 조절
영양사(dietitian)와 식단 상담
모든 비용 Medicare 100% 커버
NDSS (National Diabetes Services Scheme) 카드 발급, 호주의 국가 당뇨 지원 제도로, 당뇨용품을 보조된 가격으로 구매지원
출산 당일날까지 피드백이 이어졌고, 관리 기간 동안 정말로
“전문팀이 나를 붙잡고 끝까지 케어해주는구나” 라는 안정감이 컸다.
임신성 당뇨는 산모에게 체력적·정신적으로 부담이 큰 만큼, 이런 체계적인 팀 기반 관리가 산모와 아기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5. 🤰🏻 Early Parenting Counselling – 산전·산후 정서 지원 시스템
마지막으로 호주에 와서 임신·출산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Community Health Centre에서 제공하는 Early Parenting Counselling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임신·출산과 정신건강 서비스가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산모가 우울감을 느끼거나 트라우마가 흔들릴 때 직접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눈치를 보거나, ‘이 정도는 참아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 때문에 적당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호주는 이 부분을 출산 시스템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놓았다.
나는 과거 학대 경험과 2019년 이후 지속된 우울·공황이 있어서 복용하던 항불안제를 임신으로 인해 중단하게 되어 정서적으로 흔들릴 때가 많았다. 이런 개인 히스토리를 midwife 팀에게 공유했더니, 바로 Early Parenting Counselling을 연결해주었다. 이또한 모든 과정이 Medicare로 커버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 없이 필요한 만큼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상담은 전문 카운슬러가 진행한다. 단순히 산후 우울증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거 트라우마
출산 후의 정서적 불안
아기와의 초기 애착 형성
부모 역할에 대한 두려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같은 부분들을 복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출산 후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이곳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산모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제를 시스템이 먼저 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개인이 ‘무너졌다’고 느끼기 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관련 사고들을 많이 줄일수 있을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흔히 산모가 몸조리와 육아에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면 정작 자신의 심리는 가장 뒤로 밀려나기 쉽다. 호주의 시스템은 이 부분에서 정서적 케어를 기본값*으로 넣어놓았다는 점이 확실한 강점이라고 느꼈다.
📍유도분만과 출산
나는 임신성 당뇨 때문에 유도분만(labor induction)을 권유받아서 39주가 되는날인 10월 29일에 병원에 입원했다.
자궁경관 성숙(Cervical ripening): Foley balloon 삽입
옥시토신 주입(Oxytocin infusion): 다음날 30일 오전 10시
무통주사(Epidural analgesia): 오후 1시
출산: 2025년 10월 30일, 오후 5시 08분, 회음부 절개(Episiotomy)와 포셉(Forceps) 사용으로 딸 단지 2.9kg으로 건강하게 출산. 👼🏻❤️
개인차가 있겠지만, Midwife 와 Diabetes 등 유동적인 팀 케어, 그리고 전체적으로 연결된 사람 중심 시스템 덕분에 출산 전 과정이 안정적이었고, 산모로서 큰 안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의료기기와 시설 면에서는 다소 노후된 부분이 있고, 출산 3일차 되는날 퇴원은 좀 충격이긴 하지만😖, 사람 중심의 퍼스널 케어가 충분히 그 단점을 보완했다. 다음 출산에서는 상황에 따라 한국에서의 출산도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