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신생아 성장일기

단지의 주차별 성장일기

10월 29일 오후 12시에 유도분만을 시작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을 했어. 전날에는 너무 긴장돼서 거의 잠도 못 잤지. 출산 전에 관장을 해줄 줄알았는데, 병원에 물어보니 그런 건 안 한다고 하더라구. 혹시 분만 중에 실수(?)할까 봐 걱정됐는데, 그런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마음이 좀 놓였어. 실제로 나는 실수는 안 했고, 그냥 출산 이후에 변비로 고생을 좀 했지. 혹시 걱정된다면 병원 가기 전에 미리 해결하고 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

풍선을 삽입한 뒤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7시에 분만 준비실로 옮겼어. 옥시토신을 서서히 주입했는데 오전 10시쯤 진통이 시작됐지. 이때 처음으로 laughing Gas (Nitrous Oxide)를 시작했어. 물담배처럼 수증기를 들이마시는데 고통이 오는 시점에 맞춰서 마셔야 고통이 완화되.

11시가 되자 진통이 심해서 원래 무통없이 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무통주사를 요청했어. 그런데 무통을 맞기까지 마취의사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애가 거의 나올 뻔했지 뭐야. 조산사가 “지금 너 pushing 하고 있는 것 같아, 곧 나올 수도 있어. 그래도 epidural 맞을래?”라고 물어보는데, 나는 이미 너무 아파서 제발 좀 빨리 놔달라고 했어. 호주는 뭐든 다 느려.. 아프기 시작하면 빨리 요청하는게 좋을것 같아.

무통을 맞고 나니까 고통이 싹 사라졌는데, 문제는 힘이 너무 안 들어가서 다섯 시간 동안 힘주기를 했다는 거야. 오후 4시쯤 되자 완전히 지쳐버렸고, 그제서야 산부인과 전문의가 등장했어. 카리스마 넘치는 여의사였는데, 회음부 절개와 forceps(아기를 잡고 끄집어 내는 집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한 시간 후에 돌아오겠다고 해서 계속 시도하다가, 결국 의사가 돌아온 뒤 순식간에 분만이 진행됐어.

그리고 단지는 2025년 10월 30일 오후 5시 8분, 세상에 나왔어.

아기가 나오자 ‘수욱–’ 하고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따끈따끈하고 미끈한 단지를 내 가슴 위에 올려줬어. 근데 애가 바로 울지를 않아서 너무 걱정돼서 “왜 안 울어요? 아기 아픈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너무 지쳐서 그랬던 거라고… 작은 몸으로 7시간 가까이 나오려고 얼마나 힘을 썼겠어.

👶🏻 출생 직후 – 혈당 모니터링 & 모유수유 시작

나에게 임신성 당뇨가 있었어서 단지는 출생 후 혈당 모니터링을 해야 했어. 임신성 당뇨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저혈당이 올 가능성이 높거든.

단지가 처음 잰 혈당은 1.6 mmol/L이었어. (신생아 정상혈당은 보통 2.6 mmol/L 이상이야.)
당시 나는 모유량도 거의 없어서, 손으로 짜서 얼려 간 초유 2ml짜리 네 개를 사용했고, 유축을 해도 한 번에 3~4ml밖에 안 나오더라구.

그래서 첫 48시간은 3시간마다 분유 30ml + 혈당 체크를 반복했어. 다행히 분유를 먹이자 혈당이 바로 안정됐고, 출생 3일차부터는 완전 모유수유를 시도했어.

하지만 문제는 모유양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었지. 급하게 병원에서 유축기를 대여했고, 조산사가 확인해보니 단지가 구강 구조 때문인지 유두를 깊게 물지 못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유두가 갈라지고 피도 나기 시작했고, 너무 아파서 직수를 거의 못 했어.

게다가 단지는 태어나서 2.9kg → 2.56kg까지 줄었어. 명백히 모유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었던 거지. 그때는 진짜로 너무 무서웠어. 안그래도 작게 태어난 아이가 1g씩 사라진다는게..! 그래서 남편이랑 밤에도 두 시간마다 일어나 유축하고, 모유 나오자마자 먹이고, 부족하면 분유로 보충하는 플랜을 세웠어.

그렇게 하루는 분유를 먹이고 대신 유축량을 모아두고, 몇일 직수를 쉬면서 상처를 회복시킨 뒤 다시 모유수유를 시작했어. 유두 상처회복에는 보라색 튜브에 담긴 Lanolin cream이 효과가 좋았어.

1주차

첫날은 정말 고요했는데, 2일차에 단지는 에너지를 회복하더니 울힘이 생겨서 그런지 정말 크게 울었어. 거의 못 잤지. 3일차에 집으로 돌아오는 날 남편이 너무 힘들다며 시어머니께 구조요청을 했고, 그날 바로 오셨어. 남편 동생 Hamish는 집밥을 한 박스 준비해서 냉동실에 가득 채워줬고, 거의 2주 동안 요리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였어.

집으로 와보니 병원에서 진통제 처방을 깜빡하고 안 해준 걸 뒤늦게 알았어. 회음부가 너무너무 아파서 엄청 울기도 했고, 우울감과 두려움 때문에 하루종일 울었던 날도 있었어. 남편도 잠을 거의 못 자는 상태라 너무 힘들었을 텐데, 계속 나 챙기고 아기 챙기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정말 고생했어. 이 시기는 정말 둘 다 너무 지쳐 있었던 것 같아.

2주차

모유양이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어. 유축하면 한 번에 좌우 합쳐 60ml 정도는 나와서 조산사도 “충분하다”고 하더라구. 단지는 드디어 3kg 돌파! 진짜 너무 기뻤어.

하지만 회음부 통증은 여전했고, 변비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모비콜을 과하게 먹었더니 이번엔 변이 너무 묽어지고, 괄약근이 약해져서 팬티에 실수를 하기도 했어. 조산사가 환부를 보더니 “이건 초기에 마약성 진통제를 받았어야 했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병원 가서 진통제를 다시 처방받고 나니 그제야 좀 살것 같았어.

3주차

골반저근이 너무 약해져서 힘이 거의 안 들어가는 느낌이라 physio를 예약했어. 그런데 아기를 돌보다 보니까 평소 안 쓰던 엄지 쪽 근육을 계속 무리하게 쓰게 되더라구. 그러다 결국 양손 엄지가 동시에 나가는 참사가 벌어졌어. 병원 예약은 한참 뒤라서, 시아버지가 근무하시는 physio에 급히 가서 진료를 받고 양손에 보호대를 했지.

Pastry chef인 내가 양손에 부목을 하고 있으니, 그 순간부터 벌써 복귀가 걱정되더라. 손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이게 과연 다시 가능한 일일까 싶었어. 아기가 태어나고 나니까,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손으로 하는 일’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커리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

시아버지는 아기 선물에 열대과일까지 한가득 챙겨주셨고, 맥앤치즈까지 만들어 주셨어. 정말 가족들의 도움 없었으면 못 버텼을 거야. 그만큼 고마운 일이 많았어.

3주차가 되니 거짓말처럼 빠르게 회복이 되어서 저녁엔 요리를 해먹기 시작했어. 아기가 사람이 옆에 없으면 울어서 전처럼 소스부터 마무리까지 몇시간동안 요리하는건 꿈도 못꾸고 밥 취사 누르고 20분내로 끝낼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생각해보길 시작했어.

이때의 단지는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악을쓰며 울어서 우리는 단지를 빨간 개구리라고 불렀지. 왜 신생아는 다리가 오므려져있잖아. 그렇게 남편 가슴팍위에서 다리를 구부린채 엎어 자는 모습이 개구리 같더라구. 너무 귀여웠어.

4주차

11월 25일 화요일. 왼쪽 모유만 직수하다 보니 배고팠는지 단지가 찡얼거리길래 70ml 정도 추가로 먹였더니 기분이 좋아졌나봐. 희안하게 그 날 하루는 정말 오랜만에 조용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어. 태어나 27일 만에 처음이었어.

그동안 우리가 1bed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아기 방이 따로 없어서, 우리가 이동하면 아기도 계속 따라다니고, 밖에서 세 시간씩 보내고, 포대기에 재우고… 이런 자극들이 신생아에겐 과자극이었다는 걸 4주차가 돼서야 알게 됐어. 아이가 저녁만 되면 울고 힘들어했던 게 다 그런 이유였더라구. 너무 미안했어.

한편 오른쪽 유두에 찌릿한 통증이 너무 심해서 MACH의 모유수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어. 단순한 피부 상처가 아니라, nipple blanching + compression mark, 즉 얕은 물림 때문에 혈관이 눌려서 생기는 통증이었어. 유두 끝이 하얘지고 납작해지는 현상. 전문가가 자세와 물림을 교정해줬고, 단지의 몸무게는 3.655kg으로 주당 250g 가까이 늘고 있었어. 정말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손목이 나간게 이제 설명이 되는거지)

신생아 하루 권장 수유량은 약 540ml라서, 8회 기준 한 번에 67ml 정도.

유축량도 꽤 안정됐는데 10분 유축하면

  • 좌측 40~60ml

  • 우측 40~100ml
    정도 나왔어. 전문가도 “충분하다, 필요하면 우측 유축분을 보충로 주면 된다”고 했어.

나보다 먼저 부모가 된 친구들은 신생아 시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얘기를 안 해줘서, 솔직히 난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전혀 몰랐어. 아마 한국은 조리원 문화가 잘 돼 있어서 첫 한 달은 조리원에서 지내니까 조금 나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때 못 먹으니까 몸무게가 쭉쭉 빠졌어. 그리고 호주는… 배달비도 너무 비싸고 맛도 별로고 ㅠ 임신했을 때 남편이 Broad Burger에서 버거 두 개 시켰는데 배달비 포함해서 70불이 나왔던 거 아직도 기억난다. 진짜 충격이었어.

출산 전 55kg였던 몸이 임신 후반엔 71kg까지 올라서 ‘이걸 어떻게 다시 빼지…’ 걱정했는데, 3주 차에 이미 10kg이 빠졌고 딱 한 달 된 지금은 59kg가 됐어. 출산한 지 벌써 한 달이라니,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어.

내 몸에서 아기가 자라고, 또 그 아이를 먹일 수 있게 젖이 만들어지고, 그걸 작은 단지가 열심히 먹어주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짜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경이로움이 있어.

하지만 출산의 고통, 회음부 상처가 아물기 전까지의 통증, 잠을 거의 못 자는 나날, 그리고 내 눈앞에서 30분마다 악을 쓰며 하루 종일 울던 단지를 보던 순간들까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살면서 경험한 것 중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단지가 내 품에서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모든 시간이 참 대단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휴직하고 집에서 원격으로 일하면서 집안일도 아기 보는 일도 최대한 함께 해주는 남편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야. 집을 사야 해서 경매도 보고, 출산 관련 admin 업무는 산모와 아기 것까지 전부 도맡아하고, 내가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때는 입에 음식도 넣어주고, 내가 패닉 와서 울고 있을 때는 옆에서 붙잡아준 사람도 결국 남편이었어. 남편이 아니었으면, 나 혼자서 이걸 다 해낼 수 있었을까 싶어.

남편도 사실 단지 태어난 첫 한 달 동안 진이 다 빠지고 마음도 많이 약해졌어.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고… 어느 날은 혼자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있더라고. 그걸 또 내가 달래주다가 결국 둘이 껴안고 같이 울었어.

그 순간 문득, ‘아… 이렇게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시간이 지나 이 시기를 떠올렸을 때, 힘들었지만 서로를 더 단단하게 붙잡아줬던 순간으로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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